BOOK

오직 두 사람

2018. 4. 5. 14:05







저는 생각했어요.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에 대해서요. 

이제 그만 화해하지그래, 라고 참견할 사람도 없는 외로움.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말다툼. 

만약 제가 사용하는 언어의 사용자가 오직 두 사람만 남았다면 말을 조심해야겠어요. 수십 년 동안 언어의 독방에 갇힐 수도 있을 테니까. 

그치만 사소한 언쟁조차 할 수 없는 모국어라니, 그게 웬 사치품이에요? - p.9



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는 불행에 짓눌린 인간의 냄새를 용케도 잘 맡았다. - p.56



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지나고 보니 어찌어찌 견뎌냈다.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은 바로 지금인 것 같았다. - p.70



말을 못해도 돼. 웃지 않아도 좋아. 그저 살아만 있어다오. 이 사막을 건널 때까지. 

그래도 당신이 아니라면 누가 이 끔찍한 모래지옥을 함께 지나가겠는가. - p.76



살아가면서 이런저런 힘든 순간을 겪을 때마다 서진은 돌아가고 싶었다. 인생의 원점, 자신이 떠나온 곳, 

사람들이 흔히 고향이라 말하는 어떤 장소로. 그가 누구인지 모두가 아는 곳으로. - p.94



행복감의 토로를 후회처럼 말하는 능력이 인아에게는 있었다. - p.94



관계에 대한 불안이 심한 서진으로서는 그녀의 후회하는 듯한 말투와 행복한 표정 사이의 불일치가 더 달콤했다. - p.95



"네가 내 원점이야."

"무슨 소리야?"

"그냥 그런 게 있어. 내가 늘 찾던 거야." - p.95